안녕하세요.
노무법인 숲, 조윤재 노무사입니다.
근로자라면 매년 인사발령 시즌에 두려움을 느끼곤 합니다. 승진이 되긴 할지, 혹시 다른 지사 또는 직무로 발령을 받진 않을까 하고요. 이러한 인사이동에 관해서 근로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 조항은 없을까요? 오늘은 전직의 정당성에 대하여 함께 알아보시죠!
1. 개념
우선 인사이동과 관련된 용어의 개념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인사이동은‘기업 내 이동’과‘기업 간 이동’으로 구분됩니다.
전직과 전보는 기업 내 이동이며, 전출과 전적은 기업 간 인사이동입니다.
<전직>이란 기업 내에서 근로자의 직무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상당한 기간에 걸쳐 변경하는 사용자의 인사처분을 말하며 <전보>라는 용어와 혼용하여 사용하기도 합니다.
한편 <전출>은 원소속기업과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사용자의 업무에 장기간 종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정기간 타기업에 노무를 제공하는 것으로, 외형상 근로자 파견과 유사한 것이지요. 이러한 전출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합니다.
<전적>이란 원소속기업과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고 이적할 기업과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여 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는 것으로 근로계약 상대방을 변경하여 새로운 사용자의 업무에 종사토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전적은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유효합니다.
오늘은 동일 기업 내에서 근무지 또는 부서의 변경인 전직(전보)의 정당성에 대해서 다뤄보겠습니다.
2. 정당성 판단
(1) 직무내용, 근무지를 한정하는 약정이 있는 경우
근로계약에서 근로자의 직무내용이나 근무지를 특별히 약정한 경우(즉 근로자의 직무내용이나 근무지를 특별히 한정하고 변경 가능성을 두지 않는 경우), 이를 변경하는 것은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해당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약정이 있음에도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전직 명령을 내린다면, 이는 일방 계약 당사자의 동의 없는 계약의 변경이 되어 그 효력이 부정됩니다.
한편 해당 약정의 존재는 명시적으로 근로계약서상 기재된 것뿐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인정됩니다. 가령 ①특별한 기술, 기능, 자격을 전제로 채용된 근로자의 경우에는 해당 직무로 직무내용을 한정한다는 묵시적 약정이, ②사업장 인근 지역에 연고가 있음을 전제로 채용된 자로서 관행상 다른 근무 장소로의 이전이 없었던 경우에는 주거지의 통근 범위 내로 근무지를 정하는 묵시적 약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①조리사 면허가 있고 20년간 회사 조리과에서 조리업무에 종사한 근로자를 <수행하는 업무내용이 특정된 경우>로 보아 근로자의 동의없는 다른 부서로의 전직명령을 부당전직으로 판정하였고, ②대형 할인마트 파트타임 근로자로서 생활본거지를 근거로 하여 취업한 경우를 <근무장소가 사실상 특정된 경우>로 보아 근무장소 변경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2) 직무내용, 근무지의 약정이 없는 경우
앞서 언급한 약정이 없는 경우는 어떨까요? 판례는 전직처분이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이 인정됩니다.
그럼에도, 약정이 없다고 해서 전직명령이 언제나 유효한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은 제23조 제1항에 따라 전직 처분에도‘정당한 이유’를 요구하며 근로자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정당한 이유에 대해 판례는 당해 전직처분의 업무상 필요성과 전직처분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와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그 여부를 판단합니다.
<업무상 필요성>이란 ①업무의 원활하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②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됩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조직개편으로 팀수가 오히려 늘었음에도 해당 근로자만 팀장 보직에서 해제하는 인사발령(팀장→팀원)을 한 경우 업무상 필요성이 적다고 보아 전직명령의 정당성을 부정한 바 있습니다.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전직으로 인한 생활상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아야 정당성이 인정됩니다. <생활상 불이익>이란 ①통근시간, 임금차이 등 근로조건 상의 불이익은 물론, ②주거생활의 수준이나 가족, 사회생활 등 근로조건 이외의 불이익도 포함됩니다. 또한 숙소제공, 임금인상 등 불이익을 완화하기 위한 대상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도 고려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는 좌측 다리가 절단된 근로자의 근무지를 인천에서 서울로 전보한 경우 생활상 불이익이 크다고 본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직을 함에 있어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는 정당성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입니다. 그러나 해당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즉 협의 절차가 있었다면 정당성 판단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전직 정당성이 당연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3. 부당전직을 당한 경우 구제 절차, 그리고 승소 가능성
(1) 사용자의 전직 명령이 부당하다고 생각들면, 이에 응하지 않아도 될까요?
부당 전직은 사법상 효력이 없으므로 이에 불응할 수 있으며, 이는 정당한 근로제공 거부입니다.
그러나 부당전직인지 여부는 노동위원회나 법원의 판단을 받은 이후에야 확정됩니다. 따라서 일단 명령에 따르되, 이와 동시에 구제신청을 통해 다투는 것을 권합니다. 판단을 받기도 전에 인사명령이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을 전제로 출근을 거부한다면 혹시나 추후 법원이나 노동위원회에서 전직명령이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었을 경우의 추가 불이익(임금 미지급, 무단결근처리, 징계 등) 문제가 있기에 보다 안전하게 가는 게 좋겠죠?
(2) 부당전직에 대해 행정/사법적 구제가 가능할까요?
노동위원회(행정구제)나 법원(사법구제)을 통해 전직의 부당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부당전직 구제신청은 인사발령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사업장 소재지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신청되어야 합니다. 이 때 제출서류(구제신청서, 이유서, 증거자료 등)를 체계적으로 준비하기 위하여 전문가인 공인노무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전직의 부당성 판단에 주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요? 앞서 살펴본 판례의 정당성 판단 법리대로 따져보면 됩니다.
1) 관련 약정은 없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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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서) 직무내용, 근무지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특정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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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법원) 취업규칙, 인사규정, 단체협약, 노동관행상 제한(절차 등)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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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전직명령서의 내용, 채용공고문의 내용(지역연고 또는 자격 요구 등)
2) 업무상 필요성이 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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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변경 필요성) 경영 효율성 제고, 신기술 도입, 근로자 의욕고취 및 능력개발 목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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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원선택 합리성) 근로자 간 불화, 업무성과 부진, 징계후 후속조치, 경력 및 업무 특수성 반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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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과거 동일/유사 발령 전례의 여부
3) 생활상 불이익이 높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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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불이익) 임금 감소, 복리후생 축소, 이주비 부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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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적 불이익) 통근거리 증가로 인한 신체적 피로, 근무환경 악화(야외/교대근무), 본인의 건강 상태에 미부합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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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불이익) 직장 내 괴롭힘, 새로운 환경 적응에 따른 과도한 스트레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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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회생활상의 불이익) 가족과의 분리, 자녀 교육 및 배우자 직장 등 생활 기반 붕괴, 지역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단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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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불이익) 발령전후 업무내용 상이, 직무 전문성 상실, 직무 만족도 저하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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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상조치 여부 등
위의 사항들에 관하여 객관적 증빙자료가 많을수록, 따라서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이 사용자의 업무상 필요성보다 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수록 부당전직 구제신청 승소(인용)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오늘도 유익한 정보 되셨길 바랍니다 :)
감사합니다.